나의 이야기

약속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2. 20. 23:41



방파제를 수없이 때리는 파도는
제 힘으로 때리는 것이 아니다
새와 바람과 물고기들의 힘이다

테트라포드가 매를 맞고 서 있는 포구에 장대 같은 폭우가 쏟아진다

노포가 불을 밝히는 저녁 방파제 물새 한 마리 비틀거리고
성난 파도는 사람 사는 마을까지 넘 본다

폭풍은 해안가를 가로질러 고성 쪽으로 북상한다
빗줄기가 장대처럼 굵다
우비를 때리는 비의 매가 아프다

주문진에서 안목항까지 걷는다
이 정도 몸뚱이는 날아 가버릴 듯 매섭고 위태롭다

왜 하필 안목해변 카페 '키크러스'에서 만나기로 했을까

나는 왜 폭풍우 속을 걸어가고 있을까
약속은
설레이고 경이롭고 견고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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