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이도 손님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3. 8. 23:19



4호선 오이도역 정차 안내 방송이 나온다
"이번 정차역은 오이도 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나이 드신 어르신 한 분이 역정을 내신다
자신은 오른쪽 문에 서 계시며 하시는 말씀이
"이 느마들은 왼쪽 오른쪽도 몰라!"
"안내 방송을 이 따위로 해!"
가는 방향 쪽으로 서 계셔야 하는데 반대쪽으로 서 계시니까 좌우가 바뀐 거다

안내 방송은 맞는데
본인이 착각하시고 오히려 화를 내시는 중이다
사람들이 의아한 듯 모두 어르신을 쳐다본다

나이 들면 방향 감각을 점차 잃어간다
신체의 중심도 자꾸 흔들리게 마련이다

안내 방송이 맞는다고 어르신께 말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나도 곧 저럴 테니까

늙으면 용서해야 할 것들이 많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 닮은 사람  (0) 2023.03.11
타이거 커피  (0) 2023.03.09
몽이네  (0) 2023.03.08
이천 십칠 년 이월  (0) 2023.03.06
커피가 식어가는 저녁  (0) 2023.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