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더록 잔에 다크 럼 한잔 채워놓고 기다린다
밤은 깊어가고 인적도 끊겨가는 밤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린다
골목이 노란 수은등이 따듯하다
걸어간다
계단을 오르고 담을 돌아서 도착하는 공중전화 부스 앞
발신음이 다 가도록 전화는 받지 못한다
기다린다
기다리는 사람으로 기다린다
시를 쓰는 사람과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헤어졌다
커피 한잔이 채 식기도 전에 이별이다
다시 볼 수가 있을까
겨울이라 춥다
다시 갈까 물었다
"그래 와요ᆢ 보고 싶어요"
"나도 보고 싶다ᆢ그럼 비행기 표 끊을게"
그리고 대답이 없는 침묵이다
누군가가 먼저 흐느낀다
기다린다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린다
그리고 눈이 오고 꽃이 핀다
비도 내렸다
그리고 골목길을 혼자 걸어갔다
늘 기다리던 공중전화 박스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