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봉숭아 꽃물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8. 2. 23:58



가을, 겨울, 봄 내내 꽃물 들이려고
봉숭아 꽃 잎을 땄다

여름 한복판 폭염에
꽃 이파리가 축 쳐져있어서

찬 물에 담가 두었더니
금세 생기를 찾았다

물기를 빼고 명반을 섞어 찧어서
냉동고에 보관한다

그렇게 일 년 내내 두고
봉숭아 물을 들인다

누님은 떠나고 없지만
철마다 꽁꽁 묶어 주던 그 새끼손가락에

빠알간 봉숭아 꽃이 다시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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