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Mari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12. 8. 00:12



뜨거운 여름날
마리와 나는 백제 고분로 소마 미술관 앞에서 만났다
'프리다 칼로' 작품 전시장 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40도에 가까운 폭염 때문에 한낮에 움직이기가 힘든 날씨였다

이브닝 파티백에
푸른색 대님 진바지에 흰색 원피스를 받쳐 입고 우아하게 그림을 감상하던 그가 나를 보더니 반갑게 다가와 인사했다

그리고 사진을 한장 같이 찍었는데
발꿈치를 올려도
나보다 십센티는 더 커 보였다
힐을 신어서 더욱 차이가 나 보였다
사진속 풍경은 안 어울리고 어색하고 우스워 보였다

아이를 키우며 꽤 활발한 활동을 하는 그는
미술 전문 잡지에 인터뷰 기사도 가끔 볼 정도로 제법 알려진 비구상 전문 작가였다
파리에서도 서너차례 전시회를 가질 정도로 윤활하고 정교한 기풍이 작품에 서려 있었다

마리를 처음 어디서 만났는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난다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을 착각한 것 아닐까
누구지ᆢ

마리는 누굴까
나의 기억에는 없는 사람
호접몽(胡蝶夢)처럼 황홀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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