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삿포로의 눈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12. 7. 09:37



눈발을 헤치며
언덕길을
댕댕댕 전차가 옵니다
거리가 가무룩 합니다

몇 날 며칠을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어찌할까요
이 거리 이 풍경 속에서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천국 같으니 말입니다

밤이 되니 호롱불 속의 동화 같은 거리가
펼쳐집니다
주점 속에 사람들은 평화롭고 행복해 보입니다
눈은 소리 없이 내립니다
세상을 덮어버릴 듯이 아득합니다

전차에 몸을 싣고 언덕길을 넘어갑니다
항구에 불빛이 처연합니다
연락선들이 침묵 속에 잠들어 있습니다
눈이 배들을 따스하게 이불처럼 덮어 줍니다
배는 깊은 잠에 들었습니다

눈은 백 년의 약속처럼
하염없이 내립니다
사람도
거리도
자동차도
선술집도 따듯하게
다 덮어 줍니다

그렇게 샤갈의 마을은 눈 속에 사라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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