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는 무지랭이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3. 14. 07:35



인간으로 와서 무얼 하고 가야 하는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

고고히 열반에 들고
숭고한 입적을 하고
화염에 몸을 사르고
현해탄에 몸을 던지고
나무에 목을 걸고
거리에, 거리에 나뒹구는 가랑잎처럼

살다 가기는 가는데
왜 왔다 가는 건지
무얼 하고 가는 건지
내 씨앗은 무엇이었는지
도대체 알 길이 없다
이즈음이면 뭔가
알아차릴 만한 나이인데
오리무중이다

인간이기는 했는지
사람답기는 했는지
연탄불에 구워 먹던 밴댕이 기억 밖에는 나지를 않는다
적요한 요양원에서
고요히 그네를 타며
고민해 봐야겠다

평생을 걸어 왔어도 뭘 했는지 모르겠다
인간으로 와서 무얼 하고 가는지
나는 당최 모른다

그래서 나는 무지한 무지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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