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라지는 시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4. 17. 00:16




노안이 되면
보이던 것을 못 보게 된다
내 눈에는 내가 얼마나 늙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남들은 다 안다
볼품없이 쭈글쭈글 늙었다는 걸

보고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어눌해지고
폐허가 되어가는 걸 자신만 모르는 시간이 온다
남의 눈에는 훤히 다 보이는데
본인만 모르니까 속고 사는 거다

조물주는 묘한 장난질을 한다
착각 속에 살게 하는 것은
못된 짓이니까
나만 모르는 비밀들을 그들은 공유하며 즐긴다
눈을 어둡게 만들어
본질을 못 보게 하고
정신머리를 착각하게 만든다

몸은 피폐하게 저물었는데
정신은 아직도 예전에 머물러
본질을 모르게 하는 오류
돋보기로 보라
내 실체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오류을 모르고 사는 것이 노년의 삶이다

조물주의 사기 행각을
눈치 못 채고 살고 있는 나는
오늘 돋보기 속의 실체를 보고
깨닫는다
눈과 귀와 입이 수명을 다 해가고 있다는 것을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내가 나를 볼 수없으니
착각 속에 빠져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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