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는 오늘도 여행중 입니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6. 5. 00:14



요즘은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습니다
들여다봐야 뭐 특별히 나올 것도 없지만
지나온 시간들을 뒤돌아도 보고
아찔했던 순간이나
절망했던 시간이나
뛸 듯 기뻤던 시간들을 가만히 반추해 봅니다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 본다는 것은 종착역에 가까워진다는 것인데
퇴역해서 시간이 많이 남다 보니
자아를 유심히 들여다볼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입니다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기억들이 흡사 파노라마 같습니다


한 인생이 크게 내세울바야 없겠지만
다른 인생들도 크게 다를 것 없이 종착역을 달려가고 있을터
인생이란 모두 도긴 개긴인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오후 햇살이 베란다를 지나 거실바닥 화분들 위로 쏟아집니다
밖은 한없이 푸르지요

산다는 건 소풍 온 것이라고 시인들은 말했습니다
나는 여행 떠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길 위에서 당신을 만나고  헤어지며 먼 길을 걸어왔네요
아직도 남은 길 위에서는 또 어떤 그대를 만날지 모릅니다
그래서 늘 설레고 벅찬 미래를 노래합니다


나는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남은 길을 가려고 합니다
특별한 삶이란 없습니다
그저 내게 주어진 길을 소박하게 걸어갈 뿐입니다
나의 생은 먼지와 티끌과도 같으니 욕망은 길섶에 남겨두고 가려합니다


오늘도 나는 나의 그림자와 함께 여행을 떠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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