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체국 계단에는 붉은 사루비아꽃이 피고
앞마당으로 드넓은 바다가 활짝 펼쳐져있다
엽서라도 한 장 띄우려면 풍경 속으로 풍덩 들어가야 한다
편지 한 장 띄우려면 자전거를 타고 한식경을 달려가야 하지만
이런 섬마을에 우체국 분국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냐
우체국 가는 길에는 코스모스 길도 있고 어촌과 포구도 지나간다
풍경 안에는 나도 함께 있다
아득한 수평선으로 뭉게구름이 듬성듬성 떠 있고
너에게 가는 길은 풍경처럼 가뭇하다
이 비경을 어찌 엽서 한 장으로 때울 수 있겠냐만
살기 위해 떠나온 도시가 얼마나 불편하고 무참했는지 이제서야 알 것 같다
산 안개가 머리채를
풀고 산등성이를 오를 때
계곡은 침잠하고
밀어 올리는 서풍이 뻘밭에서 올라와 비릿한 향기를 더 한다
먼 데 해풍이 고깃배를 밀고 가는 한낮에는 태양볕이 무섭다
녹음마저 태우는 여름 한복판
섬은 뜨겁게 자기 심장을 두드린다
풍경을 거두어 엽서에 그리고
편지에 다듬어 들이면
어느새 노을이 물결을 물들인다
우체국 가는 길은 한 편의 시편 같다
바다 입술 끝에 걸리는 네가 있어서 좋다
편지를 부치려고 해안선을 달려간다
아직 남은 가뭇한 그리움을 전하러 간다
풍경은 인간을 늘 한 발짝 물러나 있게 한다
먼 데 바람들이 몰려와 소나기를 쏟고 가고
너와 나의 오래전 염문이
섬 사이에 있는 물결처럼
반짝인다
나는 한사코 너를 찾아가느라 애달프고
너는 지금도 아랑곳 않고 등을 보인다
그래도 나는 열심히 연심을 보내려 우체국으로 간다
허송세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