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인과 시인이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이 도종환 시인이다
그 악다구니들 틈에서 침 튀기며 기득권을 위해 싸우는 그 사람과 흔들리는 꽃을 노래하는 그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게 이해할 수가 없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에 입문했다는 도 시인은 지금도 여전히 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시인이 정치가가 되지 말라는 법은 법전 어디에도 없다
반대로 정치가가 시인이 되지 말 라는 법도 없다
그러나 과연 그가 원하는 좋은 세상이 오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오월에 도 시인은 창비에서 새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을 펴 냈다
시집을 보면 그는 정치인이 아닌 여리고 순박한 시인이다
어떻게 국회에서 개차반인 인간들과 같은 밥을 먹는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정치인으로서도 제 몫을 다하는 활약이 놀랍다
언젠가 박근혜 대선시절 시 분과에서 선거운동을 같이 하자는 청탁이 온 적이 있었다
정중히 고사했지만
그 당시 참여한 시인은 박정권 시절 잘 나가는 자리들을 한 자리씩 얻어 한 시대를 풍미했다
아직도 시인 딱지를 떼고 정치판에서 빌붙어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권력처럼 달콤하고 매력적인 직업은 세상천지에 없기 때문이다
나도 그때 그들 계열에 참여했더라면
지금처럼 글을 쓰고 있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시보다 권력의 맛이 훨씬 탁월할 테니까
그러나
시분과, 미술분과, 음악분과를 만들어 그 분야 표를 거둬들이려는 선거판이 올 바른 행태 같지는 않다
예술가 이들만은 정치판에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 시인도 이미 권력의 맛에 빠져버린 것이 아닐까
아니면 아직도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살아 숨 쉬는지 알고 싶다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은 어디일까
어둠, 적묵, 지옥, 전쟁터, 유령, 국회의사당, 사과궤짝
그 어디쯤 일까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