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없는 사람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10. 17. 00:19


그 사람은 여권 유효기간이 만료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이스타 항공편으로 떠났으니 먼 곳은 아니다
오타루나 후에 아니면 페낭
붕타우 치앙마이 그 어딘가에  있겠지
아니, 아시아에서 다시 더 먼 곳으로 떠나갔을 수도 있겠다

핸드폰 번호도 없는 번호가 되어버렸고
신고 후 10년이 지나 그는 실종처리 됐다

바이칼 호수 근처에서 봤다는 사람도 있고
피르스트 전망대에서 차마고도에서 봤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은 소문이 됐다
바람소리로 들려올 뿐이다

그는 없는 사람이 됐다
남지나해 물결 속 선베드에서
베테호른의 설경 앞에서
옥룡설산에서 잠들어 있는 사람
없어진 그가 부럽다
흔적을 지우기 위해 사라진 사람
코끼리 무덤처럼 묻힐 곳을 찾아 떠난 사람

그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 사람이 사라졌다
소문만 무성한 그 사람이 부럽다
그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다

그는 실종된 나의 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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