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꽃잎 처연히 진 자리에
고개 떨군 꽃대궁만 쓸쓸하다
삶의 마지막이 이럴까
우리 생이 언 연지꽃밭 허수아비라면 돌아갈 곳이 어디일까
고개 꺾여 전하는 말을 알지 못하니
지난 계절 수도 없이 사랑한다는 말은 다 거짓일 뿐이다
떠난 자리가 이리 참혹할 줄이야
사타구니 뿌리째 뽑혀 장아찌가 되더라도
초록 바다 위에 고고한 자태로 살던 지난여름에게 되돌려 주고 싶은 말은
뜨겁게 타올라서 한순간은 행복했다는 것
사랑은 뜨거울수록 처참히 식어 머리 떨구고
못내 언 연지꽃밭으로 남아 북풍만 아우성치며 지나리니
사랑은 다 부질없는 바람이여라
너의 이름조차 부를 수 없는 일이려니
그렇게 속고 사는 게 꽃피는 일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