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붉게 피었다 진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4. 9. 9. 18:32








            붉게 피었다 진다


            상처도 없이 어찌 이 자리까지 왔으랴

            개망초 언덕 자리처럼 무성한 시림뒤로

            옹이진 세월 그 상처 자국들이 노랗게 피었다

            산국화 피는 시절

            차한잔 다려놓고 문장들을 펼쳐 놓느라면

            가을도 깊어가리니

            내 시절도 그렇게 함께 깊어가는 게지

             

            가렵고 아린 쓸쓸한 날

            더는 붉은문신 감추려고 신음소리 한번 못내보고

            그림자 글씨만 쓰던 상처들

            그리웠노라고 이젠 감히 말하리라

            장독대에 펼쳐진 빨간 고추가 독하게 말라가듯

            나도 이제 독해져야 할 시간

            목울대를 타고 오르는 무성한 서릿발같은 서름

            갈 까마귀 우는 저 들판 허수아비 어깨로

            내리는 슬픈 노래소리

            아~

            내가 어느새 여기까지 왔구나

            서리지는 새벽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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