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피었다 진다
상처도 없이 어찌 이 자리까지 왔으랴
개망초 언덕 자리처럼 무성한 시림뒤로
옹이진 세월 그 상처 자국들이 노랗게 피었다
산국화 피는 시절
차한잔 다려놓고 문장들을 펼쳐 놓느라면
가을도 깊어가리니
내 시절도 그렇게 함께 깊어가는 게지
가렵고 아린 쓸쓸한 날
더는 붉은문신 감추려고 신음소리 한번 못내보고
그림자 글씨만 쓰던 상처들
그리웠노라고 이젠 감히 말하리라
장독대에 펼쳐진 빨간 고추가 독하게 말라가듯
나도 이제 독해져야 할 시간
목울대를 타고 오르는 무성한 서릿발같은 서름
갈 까마귀 우는 저 들판 허수아비 어깨로
내리는 슬픈 노래소리
아~
내가 어느새 여기까지 왔구나
서리지는 새벽 들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