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꽃밭에서 / 김낙필
연꽃잎 처연히 진 자리에
고개 떨군 꽃대궁만 쓸쓸해
삶의 마지막이 이럴까
우리 생이 언 연지꽃밭 허수아비라면
돌아갈곳 어딜까
고개꺽여 전하는 말을 알지못하니
지난계절 수도없이 사랑한다는 말은
바람일 뿐이야
그대 떠난 자리가 이리 참혹할 줄이야
사타구니 뿌리채 뽑혀 장아치가 되더라도
초록 바다위에 고고한 자태로 살던
지난 여름에게 되돌려 주고싶은 말
뜨겁게 타올라서 행복했다는
사랑은 뜨거울수록 처참히 식어 머리 떨구고
못내 언 연지꽃밭으로 남아
북풍만 아우성치며 지나리니
사랑은 다 부질없는 거짓이여라
너의 이름조차 부를수 없는 일이려니
그렇게 속고 사는게 꽃피는 일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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