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가토 / 김낙필
이 충만한 여유로움 뒤로 해일처럼
밀려올 파국을 어렴풋이 예감한다
'존 바에스'의 편안한 노래가
곧 들이닥칠
태풍을 예지하고 있다는 것을
여윈 나뭇가지 위로, 아스팔트 위로,
멈춘 강 위로 흑비가 내리면
곧 사랑의 날이 산산히 부서지고
파고를 넘는 파랑처럼 무자비하게
흔들릴 꺼라는 불안감
그럼 다시 가슴이 파 헤쳐지고
편두통에 시달리고
해남도에 갈 비행기편도 취소되고
'레가토'‥
두음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화음
사과 한알 곱게 깨무는
이 편안한 안식이 무섭도록 두려운
어느 일요일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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