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레가토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5. 3. 10. 07:40








                레가토 / 김낙필


                이 충만한 여유로움 뒤로 해일처럼

                밀려올 파국을 어렴풋이 예감한다

                '존 바에스'의 편안한 노래가

                곧 들이닥칠

                태풍을 예지하고 있다는 것을

                여윈 나뭇가지 위로, 아스팔트 위로,

                멈춘 강 위로 흑비가 내리면

                곧 사랑의 날이 산산히 부서지고

                파고를 넘는 파랑처럼 무자비하게

                흔들릴 꺼라는 불안감

                그럼 다시 가슴이 파 헤쳐지고

                편두통에 시달리고

                해남도에 갈 비행기편도 취소되고

                '레가토'‥

                두음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화음

                사과 한알 곱게 깨무는

                이 편안한 안식이 무섭도록 두려운

                어느 일요일 아침이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늙어도 사랑이다 / 김낙필  (0) 2015.03.10
바보 / 김낙필  (0) 2015.03.10
봄도 저마다 다르게 온다 / 김낙필  (0) 2015.03.05
기다 아니다 / 김낙필  (0) 2015.03.04
좋은 아침 / 김낙필  (0) 2015.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