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베리아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5. 10. 3. 12:30

 



              시베리아

               

              대륙 횡단 열차는 맘모스 울음을 울었다

              벌목공으로 잡혀간 아버지는 그 얼음땅에

              묻혔다

              아들은 모스크바 주재원으로 그 대륙에

              가서 아버지의 묘를 찾아 헤멨다

              무참한 세월에 흔적조차 찾을수 없었다

              매일밤 아버지는 꿈속에서 손을 흔들고 계신다

              오라는건지 가라는 건지 손의 흔들림이

              분명치 않다

              아들은 평생 시베리아 벌판을 뒤지고 있다

              아버지는 여전히 매일밤 손을 흔들고 계신다

              지난 밤에 잿빛 연기를 뿜으며 검은 기차가

              지나갔다

              차 창밖으로 아버지가 손을 흔들었다

              분명히 그만 가라는 손짓 이었다

              그밤이후 아버지는 꿈속에서 사라지셨다

              눈내리는 밤이면 맘모스 울음인지

              자작나무숲 울음인지 모를 곡성이 들려온다

              우우우~ 우우우~

              아들은 끝내 시베리아를 떠나지 못하고

              그 곳에 뼈를 묻었다

              그 아들에 아들이 오늘 아버지의 묘를 찾아

              시베리아 가는 열차를 타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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