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無明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6. 1. 10. 11:30

 



            無明

             

            인연이 어느 산 모퉁이에 닿아

            우리는 길에서 만났다

            하노이 시내 사거리마다 사람들이 쏟아져나오고

            달랏에서 나짱으로 넘는 산맥에는 폭포수가

            떠 다녔다

            앙콜왓트 호숫가에 매어둔 말잔등 위에

            까만 눈동자의 작은 소녀가 손을 흔들었고

            천불탑이 보이는 숙소앞으로 뱃머리가 들린

            뾰족한 배가 떠 다녔다

            이 모든 것이 인연이라면 나는 전생에

            무슨 업을 짓고 살았을까

            쉐지곤 파고다 촛불앞에 두손 모으고 부처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는, 나는 누구인가

            길과 개와 소와 말들의 도시에서

            나는 사람으로 길을 간다

            단 한번도 묻지않는 업으로 사람이 되고

            그 인간의 업으로 길을 간다

            겨울이오고 가을이 가면 베란다 마른가지에

            봄이 오는데

            길은 변한것이 없다

            떠나 가세요ᆢ등을 미는 미련들

            수많은 인연들이 뭉쳐서 탑이 되고

            남겨진 뒷모습은 붉은 장삼의 맨발

            와불의 발바닥 안

            고마워요ᆢ사람으로 나게 해줘서

            두발로 서서 길 떠나게 해줘서

            비껴가는 인연은 다음 생에서

            개가되든 소가되든

            묻지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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