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늘은 나 때문에 아프다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6. 4. 11. 23:23

 




                        오늘은 나 때문에 아프다

                         

                        고구마밥 하려고

                        울퉁불퉁 고구마 깍둑 썰다가

                        중지 손가락을 깊이 베었다

                        피가 엄청 쏟아졌지만

                        남은 손으로 부여잡고 가재로 칭칭말아

                        간신히 지혈 시켰다

                        하다만 고구마밥을 압력 밥솥에 안치고

                        두부썰고 무우 썰고 묵은지 송송썰어 넣고

                        느타리 버섯 청국장찌개을 한손으로

                        간신히 끓였다

                        먹고 사는 일이니 어쩔수 없다

                         

                        일주일 가량은 한손으로 살아내야 한다

                        있던 손을 못쓰니 그 손의 고마움을 알겠다

                        손가락이 아리고 아프다

                        가슴 한구석도 시리고 아프다

                        아픈건 죽도록 참지 못하는 어설픈 인간

                        오늘밤은 조금 아리겠다

                         

                        나이 들어가는 일이 이렇다

                        점점 사는 일이 녹록치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