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좋아
대관령으로 그 남자가 온단다
곧 가을 오고
가을이 오면 우리는 봉정암 오르는 길섶 너른 바위에
풀잎처럼 누워서 별을 헤이겠지
들녘에 무서리 내리고 덕장에 눈이 내리면
봉놋방에서 서로의 발을 비비며 웃게 되겠지
그렇게 남은 반쪽 세상은 그 남자와 살고 싶어
제발 그렇게 살다 죽고싶어
더는 욕심 부리지 말기
곧 그가 오고
그가 오면 나는 새로운 세상 일테니
우리의 애틋한 사랑은
황태 덕장에 허수아비로 남아도 좋아
바람불고 눈이 오고
눈보라 오고 겨울 태풍도 오고 가겠지
방랑의 길에서 그 남자가 길을 돌려 나를 찾아 온다니
나는 이대로 죽어도 좋아
죽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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