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죽어도 좋아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6. 8. 25. 17:16

 



                  죽어도 좋아

                   


                  대관령으로 그 남자가 온단다
                  곧 가을 오고
                  가을이 오면 우리는 봉정암 오르는 길섶 너른 바위에
                  풀잎처럼 누워서 별을 헤이겠지
                  들녘에 무서리 내리고 덕장에 눈이 내리면
                  봉놋방에서 서로의 발을 비비며 웃게 되겠지
                  그렇게 남은 반쪽 세상은 그 남자와 살고 싶어
                  제발 그렇게 살다 죽고싶어
                  더는 욕심 부리지 말기
                  곧 그가 오고
                  그가 오면 나는 새로운 세상 일테니
                  우리의 애틋한 사랑은
                  황태 덕장에 허수아비로 남아도 좋아
                  바람불고 눈이 오고
                  눈보라 오고 겨울 태풍도 오고 가겠지
                  방랑의 길에서 그 남자가 길을 돌려 나를 찾아 온다니
                  나는 이대로 죽어도 좋아
                  죽어도 괜찮아...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해 겨울은 / 김낙필  (0) 2016.09.11
흔들리는 동안   (0) 2016.08.28
삿포로의 여인 / 김낙필  (0) 2016.08.25
매미  (0) 2016.08.16
냠냠냠 / 김낙필  (0) 201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