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과천역에서 전동차 문이 열리자
굉음소리가 들려왔다
욕지거리 같기도하고 비명 같기도한 괴음
출구쪽 계단을 오르는동안 그소리는
점점더 커지며 다가왔다
개찰구 방향으로 사람 셋이 서 있었다
역무원,중년여자,청년 이렇게 셋
자세히보니 청년이 아니고
열대엿쯤 보이는 건장한 아이였다
무언가 불만에찬 아이가 내지르는 괴음의 레시벨은
인간낼수있는 소리를 훨씬넘는 굉음에 가까웠다
여기저기 역사에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는가운데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여자와 역무원에게
아이는 주먹을 치켜들며 여러차례 공격할 자세를
취하곤 했다
등산복 차림의 여자는 아이의 엄마처럼 보였다
끊임없이 반복하는 괴성은 역사가 떠나갈듯했고
아이의 외침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여자는 손전화를 들고 어디론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고
역무원은 아이의 기에 눌린채 안절부절
어쩔줄을 몰라했다
굉음소리에 놀란 사람들이 가던길을 멈추고
이 광경을 숨죽여 목격하고 있었다
그렇게 굉음소리는 수습할길없이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이어져가고 있었다
뭔지모를 짜증스럽던 괴음이
놀라운 상황에 차차 이해가 되고
역무원과 여자와 아이의 관계에 이입이되자
시끄럽던 소음이 조금씩은 잦아들었고
아이와 엄마와 역무원의 어쩔수없는 관계가
한없이 무참해지기만 했다
살아간다는게, 산다는게, 참 힘들고 어렵구나
내 오늘은 어쩌면 물비늘처럼 끊임없이
반짝이고 있었구나
그들에게 축복은 아니더라도 이 상황에서
벗어 날수있도록 어떻게 좀 해주고 싶다
아이야 이제 그만 화를 풀고 참아주렴
에스컬레이트가 출구를 빠져나가는 동안
아이의 소리는 멈추질 않았고
집안 거실에 앉아 한동안 차한잔을 다 마실때까지
귓속에서 아이의 외침이 웅웅거리며 울고 있었다
그리고 아들의 굉음에도 표정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어디론가 전화하던 엄마의 무표정한 얼굴이
왠지 내내 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자폐증 아이의 먼 날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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