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보다 깊은 슬픔
내가 누구라서 이러는가
궂은 얼굴로 산을보고 바다를 보고
마음을 보는 일이 정녕 나 이던가
청평지나 양수리쯤 오면 늘 나를 독대하는
천주교 하늘묘역, 빼곡히 늘어난 봉분들을 보며
처음 두서너개의 묘지를 애써 기억하듯
나이가 들었다
무참히 세월이 잘도 갔구나
슬픔의 온도는 기쁨의 온도보다 깊고도 차서
그 온도를 뎁히려고 무던히 애쓰고 살았지만
점점 식어가는 육령의 체온은 어쩌지 못했다
내가 누구라서 그러는가
기쁨보다는 슬픔을 사랑하고
슬픔보다 싸늘한 아픔을 연모한 죄
그가 기실 나 였는가
산비들기 울음우는 창가에 누워 하늘을 보면
거기 환한 빛으로 다가오는 그대는
누구였는가
나는 여직 길을 찾지 못 하고 헤메고 있다네
누구 선자여 내 길을 찾아 인도해 주시게나
온 길을 잃어 버리고 헤메는 소경의 발치에
반딧불이라도 던져주고 가시게
분명 나는 누구도 나도 아닌게야
우주에 필연히 던져 떨어진 파편하나
희미한 별빛도 아닌 슬프고 어리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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