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서쪽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7. 8. 17. 12:03


 



                서쪽

                 



                쓰러진다 다 무너진다

                여수와 보람약국과 호카이도 레일패스 마져도

                쓰러진다

                베트남 게피나무 껍질을 품고 잔다

                아토피가 도망친다 그제서야 깊은 잠을 잔다

                이대로 끝내기엔 억울하다

                93%에서 조명등을 끈다

                7%는 다음 기회로 남겨둔다

                성폭행 파문으로 9년을 쉬고나온 배우의

                연기가 성숙해 졌다고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칭찬하며

                그가 나오는 영화를 보러 몰려갔다

                O양도 영화에 나오고, B양도 뮤직박스에 나오고

                시집가서 애들낳고 아무일 없이 잘 산다

                예능에도 나와서 잘 까분다

                그렇게 잊고 흘러가는 거다

                캐나다로 유학간 아이들이 커서 외국놈이 됐다

                엄마도 좇아가서 애들 봐준다고 안 온다

                K씨는 밤마다 소주를 까더니 알콜중독자가 됐다

                무너진다 몽땅 쓰러진다

                굴뚝도 무너지고 타워크레인도 쓸어지고

                달 그림자 마져도 쓸어진다

                송현동 산언덕 아카시아 나무에 그네를

                걸어놓고 미국 국가를 연습하던 경일이가

                목사 공부를 하더니 시민권을 땃단다

                콜드구경 총도 두자루나 구비해 놨단다

                걱정없단다 아무 걱정없단다

                누구든 맘에 안들면 쏴버리면 되니까

                연습으로 맥주병을 쐈는데 길가던 보안관이 맞고

                쓸어졌다

                현상금 포스터에 내 얼굴을 그렸다

                어느새 100% 충전이 다 됐다

                안녕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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