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예드
예순살의 남자가 마흔살의 여자를
만나는 일은 모험 이었다
마흔살의 여자가 여순살의 남자를
만나는 일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두 남녀가 만나 여행을 떠났다
한침대를 둘이 써보는 일을 위해 북극으로 갔다
둘은 다 집에서 오랜세월 함께 살아온 동반자가
버젓히 생존해 있다
오로라가 꿈꾸는 빙하의 세상에서 순록처럼
남자와 여자는 눈속에 파 묻혔다
그리고 함께 죽기로 결심한다
남자의 아내는 같이 살면서도 방을 따로 쓰기를
늘 원했다 그래서 그렇게 20년을 살아줬다
여자의 남편은 늘 바깥 세상에서 집으로
돌아오질 않았고 집에 돌아와 함께 있으면
갖은 폭력을 일삼았다
그래서 가출을 결심했다
그 아내와 그 남편의 남자와 여자는 집을 버려 버렸다
그리고 순례의 길에서 순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당신이 필요치않아" 라고 아내가
남자에게 말했을때 모멸감이 들었다
"너는 여자 같지가 않아 박제같아" 라고
남편이 말했을때 수치감이 들었다
이렇게 육십대 남자와 사십대 여자가 만나서
여행을 떠났다
춥지만 남은 온기를 나누며 동행하기로 결심했다
그들의 황량한 여정에 그들 스스로를 순순히
내던지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십년만에 한침대를 쓰기로 했다
북극의 개가 되기로 결심했다
*사모예드 : 북극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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