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빗물이 잘박잘박 발끝에서 흩어지면서/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7. 10. 2. 02:55

 



                빗물이 잘박잘박 발끝에서 흩어지면서

                 

                 

                벨소리는 딱 한번 그리고 정적이 흘렀다

                누구였을까

                종희는 망부석처럼 서 있었다

                무엇이 두려운지도 몰랐다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조차 움직이지를

                않는다

                가을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그가 떠나고

                그녀가 서 있었다

                무너지지 못해서 허리가 꺾여지지 않아서

                무릎이 굽여지지 않아서 그냥 서 있었다

                잘박잘박 빗물 흩어져 신발소리가 들리고

                피아노 선율이 스며 들었다

                물처럼, 눈물처럼, 비처럼, 바람처럼, 그늘처럼,

                웅켜진 두 주먹처럼, 백정의 칼날처럼ᆢ

                종희는 소설을 뒤부터 읽고있는 중이었다

                '호텔 프린스' 에는 자기같은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좋았다

                오페라의 유령처럼 절박한 사람들은 사랑을

                갈구하고 폐허가 된 도시 위를 걷는다

                가을비가 '딩동'하고 벨을 눌렀다

                종희가 "네~"하고 나가려다 말고 멈췄다

                그러자 딱 한번 벨이 울린후 긴 정적이 이어졌다

                누구였을까...

                다음날 아침

                '棕姬'는 12층에서 뛰어내려 1층 출입문옆 화단에

                누워있는 것을 누군가가 발견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월愛  (0) 2017.10.04
벤취에서  (0) 2017.10.03
여정  (0) 2017.10.02
사모예드 / 김낙필  (0) 2017.09.26
내가 사막이다  (0) 2017.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