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섪다 /이양덕
꽃인들 아픔이 없으려구요
노대바람이 비수처럼 꽂힐 때마다
생살이 찢겨나가도 악물고 참아요
서러워서 하도 서러워서
피어 있는 것조차 눈물겨워서
천 길 아래로 몸을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꽃이란 이름을 포기할 수 없어서
궁급한 현상을 좌절도 변명도 않았습니다
존재의 이유마져 흔들릴 때
내가, 너에게 꽃이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천지간에 홀로라는 외로움을 삭이며
단음절로 봄을 쓰고 또 쓰며
햇볕에 서걱대는 기억은 말려야 했어요
널 위해, 꽃 피울 수 있었다는 말에 안쓰러운
봄나무마다 꽃밥을 지어 올리고
아득한 서러움이 밀려올 것만 같은
봄날이 은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