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이야기

꽃이 섧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7. 12. 10. 09:09




                    꽃이 섪다 /이양덕



                    꽃인들 아픔이 없으려구요

                    노대바람이 비수처럼 꽂힐 때마다

                    생살이 찢겨나가도 악물고 참아요

                    서러워서 하도 서러워서

                    피어 있는 것조차 눈물겨워서

                    천 길 아래로 몸을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꽃이란 이름을 포기할 수 없어서

                    궁급한 현상을 좌절도 변명도 않았습니다

                    존재의 이유마져 흔들릴 때

                    내가, 너에게 꽃이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천지간에 홀로라는 외로움을 삭이며

                    단음절로 봄을 쓰고 또 쓰며

                    햇볕에 서걱대는 기억은 말려야 했어요

                    널 위해, 꽃 피울 수 있었다는 말에 안쓰러운

                    봄나무마다 꽃밥을 지어 올리고

                    아득한 서러움이 밀려올 것만 같은

                    봄날이 은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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