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연애
가끔은 오래된 저 여관에 들고 싶어
엉거주춤 일어나 형광등 끈을 잡아당기는 그 연애
이불 밑 깊숙히 손을 넣고 앉았는데 어느새
쥐가 들어와 입술을 개물어 깠다는 거짓말 같은 연애
벌건 목덜미에 붕대를 감은 그 핑계의 연애
나보다 더 수즙어 주전자 슬쩍 내밀던
내 또래 아가씨의 푸릇한 그 연애
내 이름 써야 할지 미운 놈 이름 써야 할지
고민할 것도 없이 숙박계에 내 이름 한 번
크게 또박거리며 쓰고 싶어
그래, 가끔 비디오도 음악도 없는 그 낡은 연애
지퍼 사이에 블라우스 단추가 함부로 끼어드는 그 연애
두루마리 화장지 베고 누웠던 저 여관
저 벽을 열고 다시 그곳에 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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