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
커텐 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회색 우울이 침잠하는 아침
지구 최후의 날처럼 분진이 가득히
비처럼 내려와 마을마다 뒤덮고
오늘은 눈이라도 내리려나
창문을 열었다
구룡마을이나 부림마을이나
능선타고 내려오는 안개가 그득하고
싸늘한 계곡쪽으로 백로 하나 날아들어
겨울은 침묵한채 아침을 열었다
칠십먹은 할머니가 구십먹은 노모를
휠체어에 태우고 어디론가 가는
처연함이 배인 흑백풍경 고려장처럼
그대의 아침은 부디 안녕 하시기를
그러하니 겨울이고 아침이고 처마의
고드름처럼 날카로운 아픔이고
싸하게 밀려드는 성에의 궤적처럼
나의 아침은 측은하고 무료하다
겨울ᆢ
침묵의 동면이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