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겨울 마네킹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8. 12. 12. 22:53

 




                겨울 마네킹

                 


                얼굴이 네모난 여자가 쇼윈도우의

                마네킹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어느 겨울날 마네킹이 입은 하얀 양털깃

                겨울 점퍼를 샀다

                남자 친구는 한달 봉급을 내게 그렇게 썻다

                지금은 남의 남자가 된 그가 종종 그립다

                모르겠다

                그의 사랑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

                내 그리움의 끝은 어디인지

                오늘 그 마네킹은 하얀 양모 코트를 입고 있다

                한달 봉급을 주고 마네킹의 옷을 벗겼다

                여전히 괴로운 나날들과 싸우며

                이 겨울이 다시 돌아왔다

                세모난 얼굴의 남자가 길 건너편에서

                쇼윈도우에 비친 나를 바라보고 서 있다

                그렇게 겨울은 눈을 뿌리고

                540번 버스는 성당앞을 지나가고 있다

                하얀 입김은 슬픈 표정으로 표류하며

                사랑을 다시 채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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