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마네킹
얼굴이 네모난 여자가 쇼윈도우의
마네킹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어느 겨울날 마네킹이 입은 하얀 양털깃
겨울 점퍼를 샀다
남자 친구는 한달 봉급을 내게 그렇게 썻다
지금은 남의 남자가 된 그가 종종 그립다
모르겠다
그의 사랑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
내 그리움의 끝은 어디인지
오늘 그 마네킹은 하얀 양모 코트를 입고 있다
한달 봉급을 주고 마네킹의 옷을 벗겼다
여전히 괴로운 나날들과 싸우며
이 겨울이 다시 돌아왔다
세모난 얼굴의 남자가 길 건너편에서
쇼윈도우에 비친 나를 바라보고 서 있다
그렇게 겨울은 눈을 뿌리고
540번 버스는 성당앞을 지나가고 있다
하얀 입김은 슬픈 표정으로 표류하며
사랑을 다시 채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