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기
5월 은행 달력에는 조팝꽃이
하얗게 피어 있었다
가죽나무 순을 데치면서
나물 향기가 퍼지고
손가락 사이로는 짙은 향수를 뿌린듯
알싸한 향기가 배겨 가시지를 않는다
왠 초여름 삼복더위를 걱정하고 있다
그새 얼음장같은 혹한의 바다를 표류하더라니
초장에 버무린 참죽나물을 입에 넣으며
눈시울이 뜨겁다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용서하지 못하는걸까
지난해 혹한에는 한강이 꽁꽁 얼었었다
여름 한가운데 마음을 몽니부리듯 얼려놓고 있다는건
죄악이다
녹지않는 계절에 나물비벼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노라면
팔자가 왜 이런지 자문하게 된다
얼음으로 얼뿐 한 여름에도 녹지않는 獨存의 오류
그 이상은 없다
독한 존재들의 빙벽을 마주하는 날
화살나무 새순을 꺽으러 갈 요량이다
그 향기로 빙하를 녹여볼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