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아시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9. 5. 19. 09:05

 



              오아시스


               

              출국심사대를빠져나가며나른한오아시스를본다

              공항입국장의낯선얼굴들을보며다시설렌다

              오고가는거리와숲과이방인과욕조속의라벤더향과한낮의끓어오르는폭염과

              금요일의춘희가사금파리처럼흩어진다

              낡은캐리어에너덜거리는종착역의엽서들 드물게드물게 첨탑엔구름이걸려있고

              옥희는헝크러진머리칼을뒤로묶는다

              먼저녁의지평에는연어떼가퍼덕이고여자는철길에앉아이물의감정들을씹고있다

              헐거워진살과뼈들을교접하고

              남은가시들을발래내우체통에쳐박아넣는다

              돌아가지않아도될리옹의아침먼바다에서돌아오는고깃배에는붉은망또를입은

              주술사가앉아있다

              승강기버튼을누르며떠나온시간의벽을계측한다

              물끄러미바라보는밤의창가에는경계도없는무표정한통증들이산다

              숨막힐듯고여있는방의살기는여자의가뿐숨을살해한다

              낡은기차가경적을울리며지나가는시공은신기루의시간이다

              회랑밖의시간에서옥희와춘희는푸마의입술처럼푸르고희다

              가장오래된서랍속의농담과즐겨먹는오아시스의레시피가다른것처럼

              옥희의여권에는시간의흔적이사라지고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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