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춘자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9. 5. 17. 10:21

 



                춘자


                 

                며칠째 여자는 씻지도않고 먹지도 않고

                캔버스앞에 앉아있다

                떡칠한 그림이 누워있다

                재털이에는 담배꽁초가 오봉이다

                언더락 럼주 잔에 잿빛 부유물이 떠있고 바이올렛

                녹색잎이 말라 비틀어졌다

                여자만 살아있고 사방이 다 죽어있다

                그리다 만 그림들이 여기저기 나동그라져 있다

                여자는 죽어지지 않는 그림을 그리다 죽을 셈이다

                그럼 '고흐'가 웃을 것이다

                병신ᆢ러시아산 권총 한자루면 족할텐데 뭘 망서려

                죽고나면 네 그림도 명화가 될텐데 말야

                다음날 화실은 불에 타버리고 그림 한점 남지 않았다

                '고흐'가 낸 불에 여자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며칠후 여자는 돌맹이에 묶인채 호숫물에서 발견 되었다

                '고흐'가 춘자를 꼬드겨 죽였다고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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