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버지니아 수퍼슬림 블루 2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9. 9. 22. 19:19

 



              버지니아 수퍼슬림 블루 2


               

              첫날밤은 오랜 탑승시간으로 피곤했다

              더우기 오후 관광으로 지쳐서 서로의 통성명만 나누고 라운지

              바에서 터키맥주 '에페스' 한병씩을 마시고 올라와 쓰러져 잤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이와 동숙한다는게 여간 신경 쓰이고

              불편한게 아니었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난감하고 불편했다

              잠도 쉽게 이룰수가 없었다

              다시는 이런 터무니없는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그녀는 아랑곳않고 어느새 새근거리며 깊은 잠에 빠져들어 있었다

              대단한 강심장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일정은 빡빡했고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들 처럼

              강행군이었다

              지난밤 잠을 설친 피로가 천천히 몰려 오는듯 했다

               

              그녀는 담배 피우는 일을 힘들어 했다

              본인의 집이나 사무실에서는 자유스러웠지만

              여행중 숙소나 공공 장소에서의 흡연이 썩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룸에서는 나 때문에 곤란해서 피우려면 아래층 라운지로

              일부러 내려가야만 했다

              눈치보는 그가 애처러워 나는 생각 끝에 룸에서 피울수 있도록 배려하기로 했다

              음주후나 여행중에는 나도 가끔 끊었던 담배를 피우곤 했으니까

              그녀가 애써 미안하지 않도록 나도 함께 피우기로 작정 했다

              한동안 피우지않던 담배여서 그런지 "버지니아 슬림" 필립 모리스는 몽롱했다

              그녀는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 마시며 늘 창가쪽에 앉아

              어두운 블루모스크 쪽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웠다

              그럴때면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외로워 보이기도 했다

              소피아 박물관도 적당히 떨어져 마주보고 있었다

              우린 마치 성에서 쫒겨난 추방자들처럼 변방을 홀로 방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12시간을 날아와 도착한 이곳이 정녕 영혼의 안식처가 될것인지

              방황의 끝이 될것인지 아직은 아무도 알수 없었다

              담배의 연기는 마약처럼 서로의 폐와 뇌로 스며들어 세상의

              시름을 조금은 잊게 하는듯도 했다

              나는 왜 여기에 낯선 이와 낯선 여행을 하고 있는가를 곰곰히 생각해 본다

              역마의 기운인지 방랑의 원죄인지

              인연의 끝은 참으로 이하고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회의 緣은 억겁을 돌아 다시 돌아온다 했는가

              우리는 짚시이고 방랑자 였다

              이스탄불의 가을 밤은 의외로 추웠다

              그래서 밤에 피우는 담배는 갓빻은 커피콩처럼 달고 차고 고소했다

              그녀는 맥주 한캔을 더 마신후 어색한 잠 자리로 들었다

              나도 말없이 숨소리를 죽였다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여기에 끌려와서 잠들고 있는가

              운명이 여기로 우리를 끌고 왔으리라

               먹거리 음식의 천국 이스탄불..

              양고기와 버터와 요구르트의 조합이 절묘한 케밥' 이스켄데르'을 드디어 먹었다
              켜켜히 쌓아올린 백키로의 육중한 고깃덩어리가 서서 돌아가는 케밥은 오후 세시 쯤이

              다 팔리고 동이 난
              볶음밥에 닭고기를 얹은 닭고기밥 '타북 필라브'에 케첩을 얹고 고추 장아치를 반찬삼아 먹었
              '시미트' 빵은 간식으로 사들고 다니며  나눠  먹었다
              천상의 맛이라는 '카이막'은 발리수트와 함께 먹어야 제 맛이다
              달걀과 도마토의 환상 케미 '메네멘'
              '미디에 돌마' 레몬의 풍부한 향미와 더불어 홍합 밥을 열개씩이나 먹었다
              쫀득 쫀득한 '돈두르마 카다이프' 아이스크림
              파셀리향이 그득한 라바쉬 '탄투니'
              터키 내장탕 '이시켐베 초르바스'는 우리네 장터국밥처럼 토렴도 해주네요


              기독교 정교와 이슬람교가 공존하는 [성 소피아 사원]

              고대 10만명까지 수용 가능했으며, 도시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히포드롬 광장]

              "지붕이 있는 시장"이라는 뜻의 오스만 제국을 대표하던

              5천여개의 재래식 상점들이 미로처럼 얽혀있는 [그랜드바자르]

              술탄 아흐멧 사원이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그랜드 바자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형 옥내 시장이다.

              1,700여 년 전 건축되어 비잔틴 건축의 으뜸으로 꼽히는

              성 소피아 성당은 비잔틴 제국의 멸망 이후 이슬람 건축물에

              많은 영향을 준 곳이다

              보스포러스 해협은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위치한 해협으로,

              길이가 약 36km, 폭의 격차는 커서 넓은 곳은 3500m, 좁은 곳은 70m이다

              터키 전통 가옥과 옛 문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베이파자르 [터키의 전통을 엿볼 수 있는 마을]

              베이파자르는 앙카라에서 약 100km 정도 서쪽에 위치한 중앙아나톨리아 지역의 앙카라 주에 위치한 도시이다. 왕의 시장이라는 뜻으로 즐길거리가 풍부하며, 샤프란볼루와 같은 오스만 터키가옥들이 밀집된 지역으로 조그만 시장도 함께 둘러보실 수 있다. 특히 터키의 다른 지역에 비해 관광객 수가 적은 도시이므로 터키의 전통을 엿보기에 좋은 시골 도시 느낌을 받을수 있었다

              터키의 수도 앙카라로 이동하여 석식후

              앙카라 호텔 투숙 및 휴식

               

              우리의 동행을 일행들은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버스 이동중에 차안에서 가이드가

              각자 일행들의 소개를 한사람 한사람 시켰다

              우리가 룸 조인한 파트너라고 말하자 의외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축하해요!"

              "부라보!"

              "대박! 짱이예요"

              젊은 피들이라 이해의 정도가 수준 이상 이었다

              우린 쿨하게 진실대로 신상을 거짓없이 털어놨다

              그것이 앞으로 남은 여행길에 남들 눈치 안보이고 오히려

              편할거라는 나름대로의 정공법 계산 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중에 일행들은 우리에게 특별한 시선을

              두는일 없이 편하게 대해줬다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 었다

              행여 색안경 끼고 불편한 눈길이라도 주었으면 신경쓰이고

              겉도는 일정이 됐을 것이다

              우리는 친구처럼 서로를 도와가며 배려해가며 친근감을 쌓아갔다

              그녀는 대기업 임원의 기질대로 모든행동이 과감하고 거침이

              없을때도 있었지만 풍경 앞에서나

              풍물시장 같은 곳에서 물건을 고를때는 한없이 세심하고 섬세한

              여성성도 보였다

              어느 조그만 골동품점에서 그녀에게 나는 상아뿔로 만든 조그만

              꼬끼리像을 선물했고

              그녀는 내게 화려한 돌보석 메달이 달린 목거리를 목에 걸어주었다

              우린 그렇게 점점 편한 사이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일정이 끝나고 호텔 룸으로 돌아와서도 서로 편하게 배려하고

              씻고 먹고 피우고 웃으며 지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보다 훨씬 개방적이어서

              내가 좀 주눅이 들적도 많았지만 눈치껏 내가 불편하지 않토록

              신경을 쓰느라 노력하는게 보여서 내가 많이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녀는 역시 큰 일들을 많이 겪고 경험해서 인지 잘 다듬어진

              보석처럼 빛나고 반짝였다

              그에 비하면 나는 길가에 흔이 차이는 돌맹이 같아서 좀

              위축이 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다음날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잠자리가 지난 밤보다 훨씬 편해졌다

              "불 끌께요 샘ᆢ"

              그녀의 오늘, 마지막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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