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헐거워 진다는 것은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9. 9. 24. 19:59

 



                헐거워 진다는 것은


                 

                변기에 은가락지가 꼴랑 빠졌다

                금가락지라도 어쩔수 없다

                공사비가 더 드니까

                볼살도 빠지고, 목살도 빠지고, 손가락 살도 빠져서

                모든게 헐거워 졌다

                몸 전체가 헐거워져 온몸이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사내나 계집이나 헐거워 진다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유효기간이 다 되어 온다는 얘기니까

                유효 기간이란 어떤 물건이든 다 있게 마련인데

                사람의 유효기간도 헐거워 지고

                마르고 장작개비 마냥 가벼워 진다는 것인데

                그만큼 버릴줄도 안다는 얘기다

                살갗도 얇아지고, 이두박근 삼두박근도 사라지고

                힢 살도 빠져 헐렁하고 남근도 힘이 없어 쪼그라 들고

                눈꺼풀도 내려오고

                팔자주름에 머리털까지 날라가고

                통아저씨마냥 조막만한 구멍도 통과하게 될 지경이 온다는 것인데

                정말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듯 말인가

                헐거워져도 이젠 할수 없다

                깡다구로 버텨야지

                빡빡하게 힘쓰는 일보다

                헐렁헐렁 대충 살다보면

                싸울 일도 없고

                누가 관심조차 없을테니

                그리 조용해지는 일 일께다

                변기에 은가락지 빠져먹고

                힘도 빠졌지만

                그럭저럭 많이 배웠다

                몸땡이 구석 구석이 헐거워 진다

                세월은 얄쩔없이 준대로 다 뺏어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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