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거워 진다는 것은
변기에 은가락지가 꼴랑 빠졌다
금가락지라도 어쩔수 없다
공사비가 더 드니까
볼살도 빠지고, 목살도 빠지고, 손가락 살도 빠져서
모든게 헐거워 졌다
몸 전체가 헐거워져 온몸이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사내나 계집이나 헐거워 진다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유효기간이 다 되어 온다는 얘기니까
유효 기간이란 어떤 물건이든 다 있게 마련인데
사람의 유효기간도 헐거워 지고
마르고 장작개비 마냥 가벼워 진다는 것인데
그만큼 버릴줄도 안다는 얘기다
살갗도 얇아지고, 이두박근 삼두박근도 사라지고
힢 살도 빠져 헐렁하고 남근도 힘이 없어 쪼그라 들고
눈꺼풀도 내려오고
팔자주름에 머리털까지 날라가고
통아저씨마냥 조막만한 구멍도 통과하게 될 지경이 온다는 것인데
정말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듯 말인가
헐거워져도 이젠 할수 없다
깡다구로 버텨야지
빡빡하게 힘쓰는 일보다
헐렁헐렁 대충 살다보면
싸울 일도 없고
누가 관심조차 없을테니
그리 조용해지는 일 일께다
변기에 은가락지 빠져먹고
힘도 빠졌지만
그럭저럭 많이 배웠다
몸땡이 구석 구석이 헐거워 진다
세월은 얄쩔없이 준대로 다 뺏어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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