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버지니아 수퍼슬림 블루 5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9. 10. 3. 17:41

 



                버지니아 수퍼슬림 블루 5


                 

                수연이 알고있던 정태우는 다른 사람 이었다

                서울 친구 K가 말해준 정보에 의하면 시인.소설가.화가라고

                전해 들었는데 그건 그의 부친 프로필 이었고

                정작 본인은 환경학자, 지질학자 였다니 전혀 다른 이미지가

                순간 환영처럼 겹쳐졌다

                그래도 시인보다는 환경학자가 왠지 인간적이고 위대해 보여서

                내심으로는 괜찮았다

                하지만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여행이 끝나면 각자 제자리를 찾아 돌아갈 사람들 이니까

                이 여행이 그저 좋은 추억으로만 남아주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생기기 시작 했다

                점점 이 남자가 인간적으로 느껴지는게 아닌가

                고민스럽다

                정이 들어가니 이 일을 어쩌지...

                 

                파묵깔레 호텔 조식 후

                포도주의 마을로 유명한 쉬린제 마을로 이동

                간단한 관광 및 포도주 시음후

                고대의 도시로 유명한 에페소로 간다

                헬레니즘 시대에 건축되고, 2만 4천명을 수용 할 수 있는 대극장

                에페소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셀수스 도서관]

                시리아풍으로 조각된 신들의 부조 [하드리아누스 신전]

                휴양의 도시 아이발릭으로 이동

                에게해(海)는 물론 터키 전역을 통틀어 양과 규모에서 비할데 없는 최고의 고대

                로마의 도시 유적지로, 전성기에는 인구가 무려 25만명이었다고 하는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고의 도시였다. 하지만 그칠 줄 모르고 번영을 구가하던 에페소는

                자연현상으로 인해 1,000년에 달하는 고대도시의 영화가 막을 내리게 된다.

                장엄한 켈수스 도서관은 고대 에페소스(터키어로는 에페스)가 남긴 숨 막힐 정도로

                뛰어난 유적들

                하드리아누스 신전은

                문이 3개로 되어 있어 '스리 게이트(The Three Gates)'라고도 한다.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 서쪽에 있다

                 

                아이팟을 꺼내 작동시켜

                '레이디 가가'의 노래를 듣는다

                밧데리가 반 밖에는 남아있지 않다

                그래도 장시간 이동 중에는

                음악을 들으며 차창밖 정물화 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맛이 꽤 괜찮다

                헬렌은 피곤한지 옅은 잠에 빠져있다

                옅 모습이 왠지 낯설다

                생물들은 잠든 모습이 제일 진실된 모습이다

                잠들면 가식이 없어지니까

                5일이 지나는 동안 우리는 제법 절친이 된 듯도 하다

                불편한게 조금씩 덜어져 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사랑이란

                상대를 이해해주고 불편하지 않게 배려해 주는 거래요"

                "서로 불편하면 빨리 헤어져야 합니다"

                "수연씨 우린 빨리 헤어져야죠"

                "서로 불편해지지 않으면 일 나는거 알죠?"

                "태우씨는 우리가 영 불편한 관계가 됐으면 좋겠나봐요"

                "그럼요ᆢ 편한 사이가 되면 그 동안의 강철같던 수연씨의

                삶이 무너지는데 그래지길 바래요?"

                "샘은 아주 내가 싱글로 살다 죽기를 바라는 사람 같아요"

                "좋은 사람 만나세요"

                "저는 자격 미달인 사람입니다"

                "아주 싹을 자르시는 말씀이십니다"

                "제가 콱 잡아 먹을까 겁나시는 거죠?"

                "아직 몇일 남았거든요 조심하세요 샘ᆢ"

                "백여시에게 잡아 먹히면 뼈도 못 추리 옵니다ᆢㅎㅎ"

                충분히 매력적이고 매혹적인 그녀인지라 갈등도 없었던건

                아니었으리라

                7박 8일 한방을 같이 쓴 여자 헬렌 '수연'...

                그녀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아들에게 카톡을 날렸다

                떠나온지 나흘이 지났으니까

                가을 국화와 쟈스민, 콩고와 바이올렛, 대추 야자나무와

                고무나무, 고구마 순과 산마 순에 물을 주어야 한다고ᆢ

                떠나기전 부탁해 놨지만 깜빡 잊고 물을 안주면 그새 화초는

                몽땅 말라 죽는다

                까먹지 말고 꼭 오늘 중으로 걔들 밥주라고 신신 당부를 했다

                꽃을 싱싱하게 하는 者와 꽃을 죽이는 者가 있다

                위는 사람에게 이로운 者이고 아래는 해로운 者이다

                꽃이나 사람이나 이롭고 해로운 것은 이 이치이다

                세월이 虛한 사람은 화초를 키운다

                이들은 靜的인 物像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화초에 정성을 쏟는 사람들은

                今世에는 사랑을 얻지못한 貧한 사람들이다

                꽃닮은 사람이 아니고 돌닮은 사람들이다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다

                꽃 키우는 사람의 마음은 꽃을 키워보니 알겠다

                인간은 배신을 밥먹듯하지만 화초는 충정이 있다

                반려견을 키우는 이치도 이와 같을게다

                야심한 밤에 문을 열면 격하게 반기는 물건은 강아지 뿐이다

                화초도 그와 같다

                아무도 반기지않는 세상에서 섬처럼 살고있는 物像

                꽃을 키우는 사람이다

                꽃을 키우는 사람들은 뭍밖으로 쫒겨난 고독한 바람이다

                꽃을 키워보니 왜 화초에 공을 들이는지 알것같다

                섬처럼 외로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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