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빨래를 해야지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9. 10. 3. 09:28

 



                빨래를 해야지


                 

                남해 외딴 섬 낭도에 폭풍이 몰아쳐

                통통배가 쓸려나가도

                섬은 뿌리깊어 떠내려 가지않고 살아 남았다

                동해로 허리꺽어 비틀고 간 태풍의 산머리에

                해가 뜬다

                상처가 깊어도 빨래는 해야지

                시름깊은 비닐하우스 가을농사 망치고

                망연히 서 있는 꿈 뜰

                커피를 마시자

                탱고 춤을 추자

                우린 죽어 나가는 바람처럼

                한 생애 비바람으로 휘둘려도

                빨래를 했다

                빨고 또 빨고 여기까지 왔다

                이제 솔기마져 헤져 기억나지 않을

                고장난 몸의 기억

                폭풍우가 몰고간 자리 외딴 섬에

                해가 떳다

                빨래를 해야지

                태풍 지나간 자리 감나무 가지에

                누군가 익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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