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과 死의 갈림은 찰라인데
끈질기게 살아남아서 여기 잘 서 있다
내친구 춘식이는 키도 크고, 잘 생기고 인간성도
좋은 친구였는데 18세 나이로 生을 마감했다
목격자의 증언으로는 도화동 사거리에서 오토바이가 급정거한 덤프트럭 뒤꽁무니를 받더니 춘식이가 순식간에 허공으로 십미터쯤 날아갔다고 했다
자식 먼저보낸 부모 마음은 오죽했으랴
가슴에 대못을 박아놓고 떠난 춘식이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순수한 청년 이었다
이렇게 生과 死의 갈림길은 언제 어디서 찾아올줄 모르는데
살면서 가끔씩 이 친구 생각이 나는 연유를 잘 모르겠다
이유없이 날 끔찍히 위하고 좋아하던 친구라 그랬을까
하늘로 높이 오르기를 늘 갈망했던 젊은 청춘은 '제임스 딘'보다 더 강렬하게 짧은 生을 마감했다
우리의 황혼은 이 청춘의 生보다 과연 정당 했는가
신은 무슨 선택을 하는 것일까
순서는 누가 정하는가
핏덩어리 춘식이는 떠나가고 우리만 온전히 살아가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수십년동안 내곁을 떠나지 않고 머무르는 청년 '春植'이ᆢ
牛馬車가 다니던 시절 모터싸이클에 매료되어 젊음을
질주하던 춘식이는 '제임스딘'보다 훨씬더 멋진 녀석 이었다
해지는 저녁 노을뒤로
해맑게 웃는 그녀석의 얼굴이 희미하게 어른거린다
나는 왜 여직 살아 있을까
그 존재의 이유를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