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길을 잃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9. 4. 21:46



길을 잃다

먼저 간다는 것
남겨진다는 것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존재의 부재는 허망하고
미망은 무상함만 남는다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모르는 우리는 누구나
길을 잃는다
평생을 헤매다 돌아가는 곳이 우리의 정착지
인지도 모른다

길을 잃었다
그러나 우주 안(內)이다
높은 곳에서 보면 곁인 그 자리다
오늘은 모처럼 원시인처럼 사냥을 나간다
멧돼지도 잡고, 고등어도 잡고,
다시마도 뜯어 와야지
사냥터에는 전염병이 창궐했는데도 사람이 많다
사과나무와 복숭아나무, 황금 체리 나무에도
열매를 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람들이 모두 사냥터에 모여있다
나는 활시위에 힘을 모아 튼실한 놈을 겨냥했다
빵 굼터에서는 지금 막 먹물 크림치즈 빵이 구워져 나왔다

여기가 어디인지ᆢ
오늘도 길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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