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 걸린 오후 / 나의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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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사랑하기로 했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11. 28. 21:34
발을 사랑하기로 했다
요즘 발에 공을 많이 들인다 소중히 care 한다
사랑해 준다
그동안 손만 소중해하고 무심했던 발
숨은 공로자는 발이었다
요즘 들어 힘들어하는 발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다
대청봉을 오르고
천황봉, 소백산, 한라산에 장백산, 황산, 태산, 운지산, 태항산,
사자산까지 데려다준 황금발이다
손은 흙수저였지만
발은 순금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발의 힘이 소진됐으니
이젠 몸뚱이가 발을 도와줘야 할 차례다
쌀 한가마를 평생 업고 다녔으니 늙은 노새처럼 쪼그라들고
노쇠했다
발에 땀이 나지 않으면 그도 이제 늙었다는 것
소임을 다했으니 이젠 좀 쉬어 가시라
발이 예쁜 사람을 사랑한다
가슴보다 발을 더 사랑한 사람이므로
작부는 밤마다 손만을 사랑하다 발을 잃었고
자객은 칼을 사랑하다 팔을 잃었다
나는 예쁜 발을 보면 입을 맞추고 싶다
경애의 표시다
식탁 밑으로 서로 애무할 때 최고의 사랑 표현이다
발이 최고의 성감대인 사람들은 섹스에 민감하고 예민하다
타고난 성애자 다
발을 사랑하라
여윈 발, 네게 경의를 표한다
사랑한다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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