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외줄 타기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11. 27. 01:00

 

 

외줄 타기

 


적요해진 계절에 몸을 펄펄 끓게 하는 것은
작은 소리에도 위태로운 현의 떨림 황홀하지 않은가
그해 두물머리의 물은 더 이상 흐르지 않고 멈춰 있었다

벗은 몸에서 내는 소리가 초설의 행위처럼
아름다운 리듬인 적은 없었다
현악기 소리처럼 황홀한 현의 울림으로
위태로운 줄을 타고 춤추던 날의 향연
너를 부르던 소리
나를 향한 외침

작은 호흡에도 잎새의 떨림처럼 처절함으로
그 사람은 떠나고 없다
파도를 향해 외쳐본다
너만큼 나를 사랑한 사람이 있었을까
나만큼 너에게 떨리던 사람이
있었을까

겨울 바다는 훈훈했다
오해가 아니고 진실이었던
무참한 계절의 세레나데

연애는 길지 않았다
갈라서는 게 연애 이듯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백은 지고/김낙필  (0) 2020.11.29
발을 사랑하기로 했다  (0) 2020.11.28
瑞 雪  (0) 2020.11.26
종 이 달  (0) 2020.11.25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0) 2020.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