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 걸린 오후 / 나의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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驛馬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12. 20. 00:53
驛 馬
가슴이 뛴다
호텔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서늘한 소독 냄새
시트 위에 걸터앉자 희미한 락스 냄새가 청량하다
무드등을 켜자 은은하게 심장이 뛴다
밖은 어두운 종려나무 아래
늦도록 망고 파는 이방인이 졸고 있다
타이거 맥주 한 캔 놓고
커피땅콩 한알 입에 넣으면서
날아온 하늘길을 기억하며 문신을 새긴다
변두리 호텔 창밖은 긴 어두운 터널처럼 적막하다
창문을 열자 인도차이나 반도의 바다 바람이
집 나온 고양이 발톱처럼 간지럽다
우린 왜 역마처럼 정착하지 못하고 방랑하는가
집없이 떠도는 사막 늑대처럼 방황하는가
낯선 거리가 설레고
창백한 시트가 새롭고
저 먼 바람이 달달하고
침대 위 열대 꽃잎이 아름다워
감동하며
벌거벗고 맞는 해맞이와
숨 막이는 다른 세상으로 가는
저녁놀에 흥분한다
나는 누구인가 묻지 않기로 한다
내일은 또 다른 낯선 설렘을
마주하러 떠날 것이다
떠나온 역마다 노란 손수건을 걸어 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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