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 울
눈이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
기억 저편 한계령에 폭설이 내려
온 세상 뒤 덮였을 때도 춥지 않았다
솜이불을 덮은 것처럼 포근했다
눈은 따듯했다
용대리 골짜기 황태덕장에 눈보라가
칠 때는 추웠다
화천 '다목리'처럼 추웠다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대성산 자락
능선마다 고드름이 달릴 때는
살을 에이는 듯 추웠다
속옷을 예닐곱 벌씩 끼어 입어도 추웠다
그때는 155마일 휴전선 철책
보초서는 초병 시절이라 추웠다
서울은 이제 춥지 않다
사람이 많아 춥지 않다
자동차와 빌딩이 많아 춥지 않다
보일러가 많아 춥지 않다
양지바른 곳에는 진달래가 핀다
오늘은 소한을 앞둔 동지
강추위가 몰아닥쳤다지만
춥지 않다
극세사 이불 덮고
전기담요 위에 누워있으니
춥지 않다
음악을 들으면 책을 읽고 있는데
등이 따듯해서 좋다
이제 겨울은 춥지 않다
겨울 풍경만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