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해 협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12. 23. 00:33

 

 



海 峽

 


풍경들이 줄을 섰다
통통배와 물새들이 배회하는
노을 저녁
낡은 의자에 앉아
라크(Raki)를 마신다
안주는 저녁놀과 바다새의 울음소리
파도에 날려오는 물보라를 맞으며
생의 어디쯤을 가고 있다

히잡을 쓴 여인이 길을 묻는다
물길 건너 모스크를 가리켰다
붉은 태양 아가리로 그녀가 종종걸음 치며
걸어간다
땅이 흔들리고 바다가 요동을 친다
나타샤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메기(Maggie)의 노래가 구슬프다

해협을 따라 거슬러 올라간다
물담배 피는 찻집을 지나
어두운 광장 앞에 섰다
골목 안 그림자가 손짓한다
판의 미로처럼 알 수 없는 관계들의 환영
서툰 몸짓으로 유혹하는
길 잃은 방랑자의 막다른 골목

잠자리는 불편했다
숙취에 깨어난 아침
길 떠난 나그네의 쓰린 속은
물길처럼 뒤집힌다
정원에는 붉은 넝쿨 장미가 한창이다
박물관을 돌아 하구로 간다
해협에도 어느새 아침해가 떴다

뱃전에 부딪히는 편린들
부서지는 물보라
생의 저편 싯귀처럼
매달리며 구걸하는 주문들
낡은 의자에 몸을 기댄 육신
기우는 오후 햇살
긴 그림자
노을
남겨 두고 온 바다

그리고 그 旅程에서 만났던
어떤 영혼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국의 계단  (0) 2020.12.25
바이올렛  (0) 2020.12.23
스쳐간다  (0) 2020.12.22
겨 울  (0) 2020.12.21
驛馬  (0) 2020.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