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당신은 어떤 수저로 밥을 드십니까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3. 24. 09:33

 

 

 

당신은 어떤 수저로 밥을 드십니까

 


삼천 원짜리 다이소 팬츠와
삼십만 원짜리 백화점 팬츠를 입는 사람은 근본이 다르다
하나는 흙수저로
하나는 금수저로 밥을 먹는다

태어날 때 양반과 상놈의 씨가 갈리던 이조 오백 년 동안

우리에게도 노비제도가 존재했다
슬펐던 세상이 가고 기쁜 세상이 왔지만
지금도 돈의 세상에는 더 뼈아픈 신분제도가 있다
금수저, 흙수저의 차별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없는 나라가 있다
돈으로도 안 되는 나라가 있다
우린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는 나라에 살고 있다
돈으로도 안 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의 마음? 영혼? 사랑? 신체? 불로장생?

부잣집에서
좋은 것 먹고, 입고, 타고, 자고
평생을 부유하게 사는 이들과
희망도 없이 고시원을 전전하며 알바로 사는 이들
팔자소관으로 돌리기엔 너무
불공평하고 안타까운 운명이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희망이
현실이 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싶다
최소한 돈도 안 통하는 값진 진실이 존재하길 소망한다

여자 친구에게 삼천만 원짜리 '휘블로' 빅뱅 손목시계를

선물하는 너는 행복하고
늦은 밤 지친 몸으로 고시원에서 컵밥 먹는 너는 행복하니
우린 모두 같은 인간인데
사는 방법이 너무도 다르다

우리는 세상을 돈의 노예로 살고 있다
우린 돈을 너무 좋아한다
돈으로는 안 되는 것이 없는 세상이므로
세상이 그렇게 됐다

한편에서는 월세 오십만 원도 허덕이는데
이삼십억 집을 몇 채씩 가지고 있는 금수저의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자랑스러운 자유민주주의 국가,
가진 자의 천국 KOREA

당신은 어떤 수저로 밥을 드십니까?
당신은 돈으로부터 자유 로우 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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