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냥
꽃바람이 무서운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난다고
물동이 호미자루 내던지고
담 봇짐을 쌌다는 화냥데기의 봄
한 사 나흘 흠뻑 젖고 싶은
상원사 선제 꽃길
비진도 능선 따라 날아다니다
꽃담에 기대어 벽화라도 되고 지고
벌이 꽃을 찾듯
꽃도 간드러지게 입을 여네
겨울잠에서 깬 화냥기는
물을 흠뻑 먹고 타올라서
쇠도 녹이고 돌도 부수고
담금질 친 대장간 강쇠마저
신음하네 그려
꽃은 피고 춘정은 나른한데
쉬고 가시게
한밤 퍼질러 농지 게 놀고 가시게
화냥기가 천지를 덮고
섬진강 물길 따라 헤매 도는 봄
에헤라 풍진 세월 너나없이 얽혀 설켜
놀다 가세
늙으면 죽 쑤고 녹아버릴 몸
노세 노세 한때 노세
한 시절 질펀하게 놀다가세
꽃 진자리에 바람 불어서
화냥년 속것에도 강물이 흐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