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악마에게 사랑을 배우고 싶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4. 1. 20:12

 

 

 

악마에게 사랑을 배우고 싶다

 


사랑이 깊어지는 까닭을 안다 
모든 것을 포기한 다음에야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깨닫듯이
의미를 져버린 것이 지워지지 않는 의미가 되는 것처럼 
 
사랑이 이토록 깊어지는 까닭을 안다 
나무가 움직이지 않고도 사랑할 수 있는 이유를 안다  
높은 가지 위로 스치는 바람이 사랑의 말을 전하고 느끼고

의미가 되기까지 침묵하는 방법을 안다  
 
미운 사람아
죽고 싶도록 사랑할 수 있을까
죽을 만큼 사랑할 수 있을까 
 
끝 여름 미루나무 끝에 걸린 구름이 매미 울음으로 울어 비를 뿌리고
가을이다
깊은 사랑을 두려워마라 
 
새벽의 빛이 지나고 동트는 아침 채송화 가을 씨를 뿌리고

호박꽃을 쪄서 소반에 얹어 툇마루에 앉았다  
빛이 하얀 뼛가루를 뿌리듯 사방으로 흩어졌다 
영혼 사이에서 부서지는 마음으로 망가진 고요를 읽는다 
더 많은 호흡이 필요하다  
 
네 몸을 욕기로 채우는 마술은
사랑이 아니므로
내 사람과 너의 사람이
사랑하는 동안
빙하의 바다 위로 별이 진다  
 
장생포 고래박물관에서
오래된 사랑의 기억을 떠 올렸다 
그저 곁에만 있어도
행복했다는 것을  
많은 밤을 뒤척여가며
두려워했던 사랑의 기억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투명한 거리에서 지나치는,
깊어지는 누구를 위하여  
사랑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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