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봄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4. 3. 07:37

 

 

 

봄비

 


분노를 무기로 사용하면 선을 넘는다
싸우지 마라

사흘에 한번 섹스를 하고 싶지 않으면 결혼을 하지 마라
규칙적인 섹스는 생각보다 가치가 높다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충전의 기회를 만들어 준다
사람의 섹스는 종족 번식이 아니다, 즐기는 일이다
근사한 섹스만큼 소중한 자양분은 없다


애벌레처럼 자꾸 무얼 하려고 덤비는 사람은 이길 수 없듯이
예민해서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돋보기로 느껴지는 시선은 잔인합니다
진실의 눈이 바라보는 현실은 암울합니다
노안과 귀머거리와 감각의 상실이 진실임을 알았을 때의 참담함이란
우린 함께 끔찍한 밀레니엄 세상을 살아갑니다

두서도 없는 넋두리가 나를 일으켜 세웁니다
번뇌와 무명의 세월 앞에 조용히 무릎 꿇고
잠드는 아이처럼 숫자를 셉니다
고요한 풍경소리 아래
분분히 꽃 이파리가 날리고
저 아래 숲길로 올라오는
사람이 진정 내가 아는 그 사람 일런지요

이젠 다 가라앉아서
가부좌를 틀만큼 성성하지 못합니다
깨어나 한식경이 지나도록
그냥 누워있을 뿐입니다

창밖으론 실비가 소리 없이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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