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역을 지나며
다 살았으려니 하면 서운하고
이젠 서둘러 돌아서야지 하면
자꾸 돌아보는 까닭이 무엇이더냐
슬픈 봄날처럼 분분하게 벚꽃 날리는
동작동을 지나며 먼저 간 충열들을 본다
저기 볕 잘 드는 자리에 천년을 누워 잘
그대들이야 그럴 만도 하지
꽃 같은 나이에 조국을 위해 살지 않았더냐
한강대교 밑으로 현충원에서 날린 벚꽃 잎들이
김포 하구 쪽으로 흘러가고
살 오른 잉어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서
그 꽃잎을 먹는구나
하 세월이 물처럼 흐르면 내 생애도
저 강물 흘러 닫는 곳에 닻을 내리고
화석이 되지 않겠느냐
그러니, 그러니 하며 살다 가는 게다
볕 좋은 날 창동에서 오는 길 네 곁을 지나간다
멀어지는 현충원의 흰 벚꽃 대궐이
너무 화려해서
어떤 왕조 어떤 권세와 맞 바꾸겠더냐
살아있으면 내년에 다시 보자…<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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