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북엇국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9. 18. 08:42

 

 


북엇국

 


베란다에 걸린
돌덩이처럼 마른 명태를
빨래 방망이로 두들겨
질긴 살을 발라내면
거기 뽀얀 국물 우러나고
북어가 웁니다

미운 서방 해장으로
그대를 줘 패고 갈빗대를 부러트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새벽같이 일어나 계란 풀어 국을 끓입니다

어슷 썬 대파 색깔도 곱고요
그대 몸 피살도 뽀얗습니다
고춧가루 한 꼬집 넣고
집 간장으로 간을 맞춥니다
소반에 총각김치 곁들여
서방 머리맡에 놓습니다

끄응~ 소리 한번 내고
일어나 국 한 그릇 비우더니
이내 돌아 눕습니다
에라이, 소 보다도 못한 놈
다음 세상엔 소나 되거라

동해바다 명태는 영영
사별하고 말았는데
용대리 덕장에는
서방님 해장국 시베리아 동태가
주렁주렁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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