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힌 사랑
어반 호텔 503호입니다
오시고 안 오시고는 당신
선택이지만 나는 기다립니다
이 일은 분명한 불륜입니다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는 나도 모릅니다
그냥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
갈런지
서로를 은닉하며 탐하고 갈지도 아직 모릅니다
우리는 지금 벼랑 위 외줄을 타고 있습니다
외줄 아래 천 길 벼랑으로 떨어져도 괜찮다는 결심이 서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선택한 이 길이 뭇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을 일이라고는 생각 안 합니다
그보다 더한 수모를 치르고 여기까지 온 사람들 이니까요
어반 503호로 오세요
무엇이든 도와 드리고 싶습니다
천년이 가도 후회 없는 사랑
그 마지막 사랑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무저갱 지옥으로 떨어지려 합니다
그러니까 비난받아도 별수 없습니다
어제는 밤 줍기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한 바구니를 물에 담가 두었습니다
껍질을 벗겨서 조상님들 차례상에 올려야지요
그리고 문자를 받았습니다
약속 장소와 시간이었습니다
가고 싶습니다
마지막 일지도 모릅니다
시집 한 권을 샀습니다
가을과 닮은 시집
<마지막 사랑>입니다
이름 모를 시인의 일탈을
닮고 싶습니다
돌멩이를 맞아 죽는 주홍글씨의 여자처럼
목숨 건 사랑을 하러
지금 외출합니다